2021년 1월 이후 다시 쓰는 글이다. 엄마와의 이별이 조용히 잔잔히 흐르는 물결같이 정리된 이후, 나는 열여섯 아픈 고양이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빠, 우리가 사는 지역으로 모셔 온 할머니를 돌보며(혹은 포기하며), 그리고 또다시 장례를 치르는 3년을 보낸 후 2024년 새해를 맞았다. 또 다시 치르게 된 장례와 그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그리고 할머니,...
엄마가 떠난 지 1년이 훌쩍 넘었고, 우리 가족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무색하게 너무나 빠르게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매일 엄마에게 놓던 밥상은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어쩌다 한 번씩 놓는 별식이 되었고, 항상 켜놓던 초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엄마가 꿈에 나오는 횟수도 현저히 적어졌고 영정사진은 텔레비전 옆에 있는데도 잊고 살게 되었다. 아빠가 받...
(빚)잔치가 끝난 후 빚잔치가 끝나지는 않았고, 어느 정도 부채와 상속이 정리된 후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49재까지 우리끼리 간소하게 제삿상처럼 차려서 지냈다. 할머니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셨다. 나는 한국의 근로자답게 슬픔을 정리할 시간이고 나발이고 닷새만에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직장에 ...
빚잔치 재산은 자산과 부채의 합이다 - 라는 말이 은행과 보험창구를 오갈 때마다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모르는 부채가 너무 많았다. 어떤 부채는 나도 알고 있었지만 어떤 부채는 엄마가 혼자 오랜 시간 가슴이 곪을 정도로 지니고 있던 것들이었다. 리볼빙, 카드론, 주택 융자금, 일반 대출, 제 2금융권 대출, 보험 계약대출, 대부 대출 등 일단 부채가 존재...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
영안실에서 엄마가 나왔다. 가만히 잠자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뛸 것 같아서 귀를 대 보았지만 숨이 넘어갔던 그 날처럼 가슴이 고요하기만 했다. 나는 무엇을 알고 그랬는지, 혹은 엄마가 오랫동안 아파서라거나 할머니와 같이 살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너무 자주 생각하며 살아왔다. 너무나 자주.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공장에 영구히 불이 꺼지고 전기가 들...
삼일장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이튿날보다 더 분주하고 바쁘게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도우미들께서 마련해 주신 아침밥을 두 그릇이나 싹싹 긁어 먹었다. 체력전 감정소모전의 마지막이자 고인과 물리적으로도 같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의 아침이다. 친척들도 전날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기분으로 아침 정리를 도와주셨다.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발인제를 지낸 후에 영...
둘째 날은 장례식장이 가장 바쁜 날이다. 부고를 받은 손님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최대한 조율하여 방문하는 날이 대개 장례의 둘째 날이다. 그렇기에 가장 늦게까지 빈소가 열려있기도 하다. 우리 빈소도 거의 자정에 다다른 시간까지도 먼 길을 달려 온 손님들이 들러주었다.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꺠면 ...
하룻밤 새에 장례 방법, 수의, 봉안함 종류, 봉안당 위치까지 전부 결정되었다. 말이 하룻밤이지 사실 10시간 전만 해도 엄마는 살아 있었다. 서울에 가서 수술 전 검사 받을 때 검사하는 사람한테 미안할 것 같다며 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던 배에 앉은 각질이라도 잠깐 밀어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에 지금 체력으론 씻을 수 없으니 수술하고 씻겨주겠다고 했는데 ...
장례가 시작되는 첫 날 오전 해야 할 일이 있다. 선산이나 묫자리 등 정해 둔 장지가 있다면 매장업체와 연락을 취해둬야 하고 봉안당(납골당) 입당 여부, 수목장 화장 매장 중 택일 등을 추모공원에 직접 가서 정해야 한다. 추모공원의 구조나 매장지, 봉안당 등 눈으로 직접 보고 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중이지만 내방이 요구된다. 나는 할머니를 친척들과 동생 한 ...
커다란 비만인이자 혼자인 씩씩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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